현대 생물학에서 DNA 분석은 종을 구분하는 가장 강력한 기준으로 여겨진다. 유전 정보는 외형보다 훨씬 정확하게 생물의 계통과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이 보편화되기 이전, 과학은 무엇을 근거로 한 종을 정의했을까? 뉴칼레도니아뜸부기(Gallirallus lafresnayanus)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존재다. 이 조류는 DNA 분석 없이도 하나의 독립된 종으로 인정받았으며, 지금도 학술 분류 체계 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단 하나의 박제 표본만 남은 상태에서 유전적 검증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이 분류는 과연 얼마나 안정적인가. 이 글은 DNA라는 결정적 증거 없이도 종으로 인정된 뉴칼레도니아뜸부기를 통해, 과학적 분류 기준이 가진 불안함과 그 한계를 살펴본다.

형태학 중심 분류가 만든 결정
뉴칼레도니아뜸부기가 종으로 인정받은 근거는 전적으로 형태학적 특징에 있다. 19세기 중반 수집된 박제 표본은 깃털 색, 체형, 부리와 다리의 구조를 기준으로 기존에 알려진 뜸부기류와 구별되었고, 그 결과 새로운 종으로 명명되었다. 당시의 과학은 외형 비교가 종 분류의 핵심 도구였으며, 이는 시대적 한계이자 동시에 표준이었다. 그러나 형태학적 분류는 본질적으로 주관적 요소를 내포한다. 외형은 개체 차이, 성별 차이, 성장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환경에 의한 변형도 충분히 발생한다. 단 하나의 표본만으로 그 차이를 ‘종 수준의 차이’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이 판단을 공식화했고, 이후 추가 검증의 기회는 사라졌다. 형태학은 분류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최종 근거로 남기에는 불안정한 토대다.
DNA 부재가 만든 검증 불가능성
DNA 분석이 가능했다면 뉴칼레도니아뜸부기의 분류는 훨씬 명확해졌을 것이다. 유전 정보는 이 조류가 실제로 Gallirallus 속에 속하는지, 혹은 다른 계통과 더 가까운지를 분명하게 밝혀줄 수 있다. 그러나 표본의 보존 상태와 수집 시기의 한계로 인해 DNA 추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이 종은 현대 생물학의 핵심 검증 과정을 완전히 건너뛴 채 분류 체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이 상태가 일시적인 예외가 아니라, 사실상 영구적이라는 점이다. 추가 표본이 발견되지 않는 한, 이 종은 앞으로도 유전적 검증을 받을 수 없다. 즉, 현재의 분류는 언제든 틀릴 수 있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은 보통 검증 가능성을 전제로 움직이지만, 뉴칼레도니아뜸부기 앞에서는 그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다.
확정된 종이라는 이름이 만든 착각
학술 문헌에서 ‘한 종’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독자와 연구자 모두는 그 분류가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자연스럽게 가정한다. 그러나 뉴칼레도니아뜸부기의 경우, 이 확정성은 실제보다 훨씬 과장되어 있다. 종으로 인정되었다는 사실은 곧 그 생물의 생태, 진화적 위치, 멸종 여부까지 명확하다는 착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이 조류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울음소리도, 번식 방식도, 서식 환경도 확인된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라는 명칭은 모든 불확실성을 가려버린다. 과학적 분류가 설명의 편의를 위해 불안정한 가설을 고정된 사실처럼 만들 때, 그 결과는 지식의 확장이 아니라 오해의 축적일 수 있다. 뉴칼레도니아뜸부기는 그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분류 기준은 언제 재검토되어야 하는가
과학의 강점은 수정 가능성에 있다. 새로운 증거가 등장하면 기존의 이론과 분류는 언제든 재검토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단일 표본, DNA 부재라는 조건은 이 기본 원칙을 무력화시킨다. 뉴칼레도니아뜸부기는 재검토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고정된 종이다. 그렇다면 과학은 이런 경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하나의 선택지는 분류를 유지하되, 그 불확실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다. 또 다른 선택지는 분류 자체를 잠정적인 상태로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조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분류를 흔드는 일은 학문 체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불안정한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과학의 책임 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뉴칼레도니아뜸부기는 분류 기준이 얼마나 쉽게 관성에 의해 유지되는지를 보여준다.
뉴칼레도니아뜸부기는 DNA 없이도 하나의 종으로 인정받았고, 지금도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분류는 확고하다기보다 불안정하며, 과학적 검증의 핵심 단계를 거치지 못한 채 고정된 결과물에 가깝다. 이 사례는 과학이 언제나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불충분한 증거 위에서도 결정을 내려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중요한 것은 그 한계를 인정하고, 확정된 언어 뒤에 숨은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태도다. 뉴칼레도니아뜸부기는 단순한 멸종 조류가 아니라, 과학적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다. 우리는 이 새를 통해 묻는다. 과학은 언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충분하지 않을 때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가. 그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